우리가 투자를 해야하는 이유 : 자본주의와 인플레이션
평소에 배당투자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항상 말하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넓은 범위로, 주식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자본주의의 본질인 인플레이션 때문에 우리는 무조건 투자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우선 왜 주식투자, 정확하게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 알기 위해서는 미국을 필두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이 필연적입니다.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요?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우리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나 물건의 값이 올라서도 아니고, 공급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바로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통화정책을 적절히 활용하여 시중에 풀려있는 돈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신용확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돈의 양은 지속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돈의 양이 많아지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 신용확충 : 빚으로 이루어진 화폐 시스템
여기서 신용확충이란, 실물 화폐가 아닌 신용으로 이루어진 화폐를 통해 돈의 양을 늘려나간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빚으로 이루어진 화폐 시스템입니다.
여러분들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우리의 통장에 들어있는 돈은 온전히 그곳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은행은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 예금 금액의 일정 부분만 보유하고, 나머지 금액을 대출 등으로 운용하여 수익을 발생시킵니다.
우리나라의 법정 지급준비율은 7%인데, 쉽게 말해 A 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모든 예금액 합이 1억 원이라면, 은행은 7%인 700만 원만 예금주들의 결제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시중 은행들마다 보유하고 있는 지급준비금의 규모는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값은 아니지만, 법정 지급준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앙은행은 돈을 발행하고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서 정한 지급준비율만 지키면서 장부상으로 돈을 유통합니다. 이런 식으로 눈먼 돈을 유통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자본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 외부와 단절된 섬의 통화체제 예시
만약 외부와 소통이 단절된 한 섬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섬에는 고유의 통화체제가 있습니다.
중앙은행 A와 시민 B, C가 있는데,
중앙은행 A는 딱 1만 원을 발행했습니다.
시민 B는 돈 1만 원을 연 이율 5%로 빌립니다.
1년 후 시민 B는 원금 1만 원과 이자 500원을 더해 1만 500원을 갚아야 합니다.
시민 B는 C에게 1만 원을 주고 배를 한 척 빌립니다.
B가 열심히 고기를 잡아 돈을 벌면, 1년 후 1만 500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시민 B는 은행 A에게 절대로 돈을 갚을 수 없습니다. 섬에 존재하는 돈은 딱 1만 원뿐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이자 500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중앙은행 A가 500원을 발행하고 그 돈을 다른 시민 D가 대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민 D가 빌린 500원의 원금과 그에 대한 이자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시민 D가 그 이자를 갚도록 하기 위해 은행은 또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통화가 한정적이라면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계속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즉, 물가가 오르는 근본 원인은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은행 때문입니다.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은행은 끊임없이 돈을 찍어내야 합니다.
따라서 통화 팽창이 멈추는 순간 자본주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 위기가 바로 디플레이션입니다. 경기 침체로 돈이 돌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거품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금과 달러
위의 차트는 미국의 본원 통화량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과거 1971년까지는 금본위제도가 유지되면서 금을 절대적인 가치의 척도로 여기고 일정량의 금을 본위화폐로 하는 화폐제도가 유지되었습니다. 즉, 금의 양만큼 달러로 바꿀 수 있었으며, 이런 이유로 달러의 통화량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했고, 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페트로달러 계약을 체결하면서 달러 패권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달러는 전 세계의 결제통화가 되었고,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됩니다.
금 없이도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된 미국은 통화량을 엄청나게 늘리기 시작했고,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때 은행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2007년까지 발행해 왔던 1조 달러보다 3배가 많은 3조 달러를 찍어내기에 이릅니다.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준 기축국가들도 앞다투어 경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각국의 통화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게 되었고, 이러한 통화팽창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우리가 투자해야 하는 이유
최근에 있었던 코로나19로 인한 양적완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신용화폐 시스템 안에서는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통화량의 증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1년 금 1온스의 가격은 35달러였습니다. 2024년 현재 금 1온스의 가격은 1,800달러를 넘어섭니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금은 쓰레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찍어내는 돈 때문에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현금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되고, 우리는 이러한 가치 상실을 방어하기 위해 현금을 자산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주식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한, 그 체제 하에서 현금가치의 하락을 이해하고 있다면, 근로소득만 가지고 삶을 영위하는 것은 뒤로 밀려나는 무빙워크에서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뒤로 밀려나는 무빙워크의 속력을 최소한 0으로 만들기 위해, 여기에 더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속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접하기 쉬운 자산이 주식이기 때문에, 그리고 적은 자본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며, 시장지수 ETF와 같이 초보 투자자들에게도 적합한, 주식시장 그 자체에 올라타서 자산가치의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주식투자하다가 손실 보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아니요, 현금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합니다.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는 그다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