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 개인연금에 대한 혜택을 늘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납입할 때의 연말정산 세제혜택, 그리고 과세이연으로 인한 복리효과 극대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수령할 때의 세금문제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1,500만 원 이상 수령 시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연금계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연금계좌 수령 시 세금문제
연금계좌에 매년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서 받을 수 있는 연말정산 세제혜택, 그리고 장기간 해당 계좌를 운용하면서 과세이연을 통한 복리효과 극대화, 모두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혜택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세제혜택을 받은 만큼, 현재 기준으로 매년 900만 원만 납입하신 분들은 긴 시간과 좋은 운용성적이 맞물려 상당히 많은 금액이 적립되었다 하더라도 2024년 기준 1년에 1,500만 원 이상 인출한다면 16.5%의 분리과세 또는 종합과세로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열심히 연금계좌에 납입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노후에 1년에 1,500만 원만 인출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16.5%의 분리과세나 종합과세를 하기에는 상당히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연금계좌 인출 시 세금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연금 이해하기
연금계좌 인출 시 세금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연금계좌의 종류와 연금재원의 출처, 그리고 그에 따른 인출순서와 과세방식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운용가능한 연금 계좌의 종류
우선 우리가 운용할 수 있는 연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연금저축펀드 / IRP / DC형 퇴직연금입니다. 여기서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본인이 직접 납입할 수 있는 금액, DC형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납입해 주는 금액이며, 이 세 가지 연금 모두 본인이 직접 운용하게 됩니다.
또한 세 가지 연금 모두 배당수익, 매매차이게 대해 과세가 이연 되며,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3.3~5.5%의 분리과세만 하면 됩니다. (1,500만 원 이하 인출 시)
이때 본인이 직접 납입하는 연금저축펀드와 IRP의 납입한도는 연간 1,800만 원이며, 세액공제가 가능한 900만 원,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추가납입을 할 수 있는 900만 원으로 구분됩니다.
2) 연금재원의 출처 및 인출순서
이런 방식으로 오랜 기간 연금을 적립한다면,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에 연금계좌에는 다양한 출처의 자산이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출처가 다양한 자산들은 각각 인출순서가 존재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순위 : 세액공제받지 않은 금액
2순위 : 퇴직금 원금
3순위 : 세액공제받은 금액
4순위 운용수익(주가상승+배당금)
3) 연금재원별 과세방식
그렇다면 이 금액들이 각각 어떻게 과세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연금계좌에는 연간수령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한 번에 많은 돈을 인출하여 탕진하는 것을 방지하고 최대한 오랜 기간 동안 나누어 사용하면서 생계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연금수령 10년 차 까지는 연금 수령과 연금 외 수령으로 구분할 수 있고, 11년 차부터는 모두 연금수령으로 봅니다.
앞서 살펴본 인출순서에서 1순위인 세액공제받지 않은 금액은 연금수령 연차에 상관없이 무조건 비과세입니다. 그리고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연금 수령을 개시하지 않더라도, 20대이건 30대이건 비과세 인출이 가능합니다.
2순위인 퇴직금 원금의 경우 퇴직소득세를 따로 납부하게 되는데, 연금수령 한도 내에서는 퇴직소득세를 30% 인하해 주고, 연금수령 한도를 초과하면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납부해야 하며, 연금수령 11년 차부터는 퇴직소득세를 40% 인하해 줍니다.
3순위와 4순위는 무조건 과세대상인데, 연간 1,500만 원 한도 내에서는 나이에 따라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납부하면 되지만, 연간 1,5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 또는 분리과세의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이, 연간 1,500만 원을 초과했을 때 연금 외 수령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했을 때 연금 외 수령으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즉, 연금수령한도는 1,500만 원이 아니라, 현재 계좌에 남아있는 금액에 따라 정해지는 한도입니다.
연금 수령한도는 계산식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계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연금을 수령한 지 5년 차이고, 계좌에는 1억이 남아있다면 올해 연금수령 한도는 1억 / 6 x 120%로 2,000만 원입니다.
즉 해당 계좌에서 2순위 퇴직금 원금을 인출할 때 2,000만 원까지는 퇴직소득세 70%가 적용되고, 2,000만 원 초과 인출분해 대해서는 퇴직소득세 100%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3~4순위인 세액공제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인출할 때 1,500만 원까지는 3.3~5.5%의 분리과세, 1,500~2,000만 원까지는 종합과세 또는 16.5%의 분리과세, 2,000만 원 이상 인출한 금액에 대해서는 16.5%의 분리과세를 해야 합니다.
4) 연금재원별 인출 예시
그렇다면 연금계좌에 납입한 금액별로 어떻게 인출이 이루어지는지 예시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연금개시 전까지 적립한 연금재원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하겠습니다.
> 연금저축펀드 납입원금 1억 (세액공제 6천만 원) + 운용수익 2억 = 합계 3억
> IRP 납입원금 1억 (세액공제 3천만 원) + 운용수익 1억 = 합계 2억
> DC형 퇴직연금 납입원금 1억 + 운용수익 1억 = 합계 2억
참고로 만 55세가 지나면 A, B, C 계좌를 하나로 통합이 가능한데, 안전자산 제한이 없는 연금저축펀드를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A, B, C 계좌에서 각각 적립한 연금액을 인출순서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연금재원을 인출할 때 그 현금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상관이 없고, 현재 순위별 인출금액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금계좌에서 한 ETF를 만 원에 매수하여 10만 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여기서 발생한 9만 원의 이익은 인출 4순위의 '운용수익'이지만, 아직 세액공제받지 않은 금액 1억 1,000만 원이 모두 인출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1순위 세액공제받지 않은 금액으로 간주하여 비과세로 인출이 가능합니다.
연금계좌 인출 시 세금문제 대처하기
우리가 연금계좌를 열심히 운용하는 이유는, 한 달에 100만 원 쓰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풍족한 노후를 위해 연금계좌를 운용하고자 한다면 비과세로 인출이 가능한 1,2순위의 연금재원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퇴직금의 경우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 말고는 크게 영향을 줄 일이 없지만, 1순위 재원인 세액공제받지 않은 금액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900만 원 추가납입에 더해 ISA 계좌를 활용하여 1년에 2천만 원이나 추가로 연금계좌에 납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1. 연금저축계좌에 적극적으로 추가납입(ISA계좌 활용)
이렇게 하면서 비과세 연금재원을 늘리면 노후에 인출금액이 늘어나고 55세 이전에도 인출이 가능합니다.
다만, 추가납입을 한 비과세 재원 금액이 소진되면, 연간 저율 분리과세 인출 한도가 1,500만 원으로 제한되는 것은 막을 수 업습니다. 즉, 비과세 재원을 모두 사용하면 연간 1,500만 원 이상 인출한 금액에 대해 많은 세금이 부과됩니다.
2. 연금저축계좌에 적극적으로 추가납입 + 2 계좌 운용
두 번째 방법은 세제혜택을 받은 계좌와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계좌를 따로 나누어 운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운용하면 세제혜택을 받은 계좌에서는 1년에 1,500만 원을 저율 분리과세로 인출이 가능, 나머지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계좌에서는 원하는 만큼 인출이 가능합니다.
만약 1년에 5,0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써야겠다면, 세제혜택을 받은 계좌에서 1,500만 원, 받지 않은 계좌에서 3,500만 원을 인출하여 생활이 가능하며, 1번 경우보다 세금을 적게 내면서 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현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3. 세제혜택 한도까지만 연금저축 + 일반계좌 배당주 투자
세 번째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방식인데, 연금저축계좌에는 일단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만 채워두고, 나머지는 일반계좌에서 배당주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직장가입자 부부의 경우 총 4,000만 원까지 연 배당금 규모를 늘리더라도 건보료 인상, 종합소득세 과세 모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 4,000만 원의 배당금까지 일반계좌에서 적립한 뒤, 그 이후부터 1번 또는 2번 방식으로 연금계좌 규모를 늘리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연금계좌 2개를 운용하면 편리하기도 하고, 배당소득세 면제도 있어서 더 유리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비과세로 인출이 가능하더라도 어느 정도 불편함은 존재합니다. 실제로 세제혜택을 받아서 55세 이전까지 묶인 재원이 아니더라도 평일 업무시간이 아니라면 인출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연금계좌 2개를 운용해서 하나의 계좌는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금액을 적립하더라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떤 계좌가, 그리고 어떤 돈이 세제혜택을 받았고 받지 않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 위해 따로 [연금보험료 등 소득공제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저는 배당금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통해 고정비 지출을 커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월배당 규모가 작아서 재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비과세 인출이 가능하더라도 어느 정도 제한이 있는 개인연금계좌는 55세 이전에도 매달 지속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한 저에게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는 달러자산과 투자처 차이입니다.
연금계좌, 더 나아가 절세계좌에서는 국내상장주식 또는 ETF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사실 SCHD와 미국배당다우존스처럼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미국상장 ETF가 수수료는 더 저렴하지만, 절세혜택을 고려하면 한국상장 ETF가 더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ETF보다 높은 배당률, 최소 5% 이상의 배당률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배당성장이 준수하면서도 배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러 개의 미국 개별주식에 분산투자하고 있는데, 절세계좌에서는 이런 방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계좌에서 미국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반 계좌로 미국주식에 직접 투자하면 달러로 자산이 형성되어 있어서 위기상황에서 어느 정도 헷지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경우 무조건 원화로 투자해야 하므로, 이러한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도 제가 미국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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